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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스크랩]“초고령사회, 노인 커뮤니티 활성화 절실”

등록일
2021.09.06
조회수
18061

삼성노블카운티 최광모 대표 인터뷰

 

[매거진 한경]  입력2020.05.29 17:13수정2020.05.29 17:13

 

최광모 삼성 노블카운티 대표 인터뷰

[한경 머니 = 김수정 기자]우리나라가 현재 직면한 가장 큰 숙제 중 하나는 노인 복지다. 하지만 아직도 단편적인 논의만 지속될 뿐 포괄적인 지원이나 제도는 여전히 미흡한 상황이다. 
어떻게 해야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을까. 최광모 삼성 노블카운티 대표를 만나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봤다. 사진 이승재 기자
 
우리나라는 평균수명이 83세를 넘어서는 장수사회로 접어들었고,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14%를 넘어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여기에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실버층으로 진입하면서 노인 복지의 문제가 시니어 세대를 넘어서 국가 발전을 위한 중요한 선결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무엇보다 고령자들은 노화와 더불어 심신 기능이 저하되면서 많은 문제에 직면하기 때문에 노년층의 심신 기능 저하 정도에 따라 이에 적절한 보호 서비스가 요구된다. 
그러나 보호 서비스를 할 때마다 생활의 거점을 옮기게 되는 것은 환경에 따라 적응력이 떨어지는 노년층에게 불안감과 불편함이 뒤따른다.

따라서 독립생활이 가능한 시기에서부터 의존생활이 요구되는 시기까지 생활의 거점을 바꾸지 않고 동일한 장소나 지역사회에 거주하면서 노후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는 노년층을 위한 커뮤니티가 필요하다. 삼성생명이 사회공헌 사업의 일환으로 2001년 5월 오픈한 삼성 노블카운티가 대표적이다.

노블카운티는 기존의 단순한 양로시설에서 탈피해 주거는 물론, 첨단 의료 서비스와 요양, 문화, 스포츠가 어우러진 새로운 개념의 선진형 시니어 종합 주거시설을 제시해 왔다. 
입주회원과 지역주민이 함께 다양한 취미와 여가 활동을 즐기는 문화·스포츠센터, 정기적인 건강검진과 전문적인 진료를 제공하는 의료센터를 운영 중이며, 
진료과목은 내과, 가정의학과, 신경과, 재활의학과 등이 개설돼 있다. 특히, 시니어타운 최초로 치매 예방 및 뇌 기능 증진을 위한 뇌건강센터를 오픈해 육체적 건강에서 정신적 건강으로 서비스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단지 내에 어린이집과 유아체능단을 운영하고, 문화 프로그램과 스포츠센터를 지역주민에게도 개방함으로써 입주한 시니어들과 지역주민, 어린이 등 3세대가 함께하는 공동체(community)를 
조성해 시니어의 고독감을 해결하고 세대 간 활발한 소통을 장려한 것이 큰 특징이다. 최광모 삼성 노블카운티 대표도 인터뷰 내내 입주민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하면서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노인 복지 지원 방향에 대한 생각도 조목조목 풀어냈다. 다음은 최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우선 삼성 노블카운티와 대표님의 하루 일과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저희 노블카운티는 약 22만4793㎡ 부지 위에 독립생활이 가능한 타워동(2개 동 555세대, 99~238㎡)과 치매, 중풍 등 노인성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 24시간 간호와 간병을 
체계적으로 제공하는 요양센터인 너싱홈(1인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타워동과 너싱홈에 거주하는 시니어는 830여 명이 넘으며 전담 사회복지사 및 직원 500여 명이 입주 후부터 생활에 도움을 드리고 있죠.

일단 저는 매일 출근 직후 저희가 운영하는 사이트부터 체크해요. 그때그때 주민들 요구사항이나 주요 업무들을 확인하죠. 그 후에는 부서별로 오전·오후 업무 미팅을 합니다. 
그리고 일주일에 2회 이상 직접 타워동과 너싱홈을 투어하면서 입주민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죠. 전 이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간혹 입주민들 요구 중 저희가 현실적으로 
해결해 드리기 어려운 사항들도 더러 있거든요. 그럴 때마다 대화를 통해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풀어 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만큼 이곳에서 제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은 소통이죠.”

어떤 요구사항이 많은가요.
“정말 다양해요. 무엇보다 요즘은 그동안 못해 봤던 것들을 배워 보고, 그것을 통해 성취감을 얻으려는 니즈가 많아요. 가령, 저희 문화센터 지하 1층에 갤러리가 있거든요. 
입주민들이 본인이 그리고 만든 작품들을 전시하세요. 그 밖에도 사진, 서예, 뜨개질 관련 작품도 많고요. 가장 많이 참석하시는 활동은 합창단인데, 시니어 대회마다 수상도 많이 하셨죠. 
무엇보다 건강과 관련된 스포츠에 대한 니즈가 큰데 골프보다 게이트볼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요. 고령의 회원들에게 골프는 체력적으로 힘들거든요. 
그에 비해 게이트볼은 상대적으로 덜 힘들면서 육체는 물론, 두뇌회전 운동까지 가능한 스포츠예요. 그래서 요즘은 저만 만났다 하면 게이트볼 돔 구장을 건립해 달라고 요청하시는데 비용이 만만찮아서 고민입니다.(웃음)”

100세 시대가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노인문제는 거스를 수 없는 현실이죠. 대표님이 생각하는 문제들은 어떤 것들인가요.
“전 세계적으로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 진입하는 데 있어서 유럽은 100년이 걸렸고, 일본은 40년이 걸렸어요. 그런데 우리는 단 18년 만에 진입했습니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요. 
쉽게 말해 단기간 내 준비할 게 너무 많다는 거죠. 복지 시스템이 잘 구축된 유럽에서도 100년이 걸린 사안이 우리나라에서 18년 만에 제대로 준비가 될 수 있을까요.

아마 녹록지 않을 겁니다. 결국 저는 사회적 복지 안전망을 갖추기 위해서는 기업과 정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이원화(two-track) 전략으로 가야 한다고 봐요. 
사실, 저희 노블카운티는 결코 이윤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곳이 아니에요. 사회공헌으로 출발한 사업이니까요. 다만, 장기적으로 오래 운용될 수 있도록 정부의 시설 지원이나 세제 혜택 등이 뒷받침됐으면 좋겠어요.
동시에 사설 시설을 이용하기 힘든 분들이 대부분이잖아요. 그분들 상당수가 거의 집에 혼자 계세요. 이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시설과 지역 커뮤니티 인프라가 구성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부와 지자체가 합심해서 노인을 위한 커뮤니티 케어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봅니다.”

또 다른 문제에는 어떤 게 있을까요.
“아무래도 치매가 아닐까요. 우리나라 치매인구가 거의 80만 명에 가까워지고 있어요. 노인의 10% 정도는 치매에 걸린다는 셈인데, 앞으로 그 증가 속도가 더 빨라지겠죠. 
흔히 치매를 ‘가족이 더 고통받는 질환’이라고 하죠. 그만큼 치료도 어렵고, 부양하는 가족들도 큰 부담을 떠안게 되죠. 그러다 보니 가족 간 갈등도 피할 수 없고요.

제가 여기 부임해서 처음으로 읽은 책이 있어요. 우리 직원들에게도 정독하라고 권한 책인데 제목이 <엄마, 미안해>(마쓰우라 신야)예요. 
이 책은 자유롭게 살던 50대 프리랜서 작가가 갑자기 엄마의 치매 통보를 받으면서 겪은 당황, 좌절, 피로, 놀람, 혼란의 연속에 대한 1000일간의 기록을 담고 있어요.

특히, 제가 가장 기억에 남는 대목이 헌신적으로 엄마를 돌보던 주인공이 인지 기능을 완전히 상실해 계속해서 밥을 달라고 조르는 엄마의 뺨을 때리는 부분이에요. 
그것도 많이요. 결국 엄마의 입에서 피가 나는 걸 보고, ‘내가 지금 뭘 한 건가’ 놀라죠. 그만큼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던 거죠. 복지사는 그에게 ‘지금까지는 정말 어머니를 잘 모셨다.
그러나 이제 당신은 케어를 할 수 없다. 폭력은 상습이 되기 때문이다. 당장 시설에 맡기셔야 한다’고 했대요. 정말 공감이 됐어요.

제가 여기 부임하기 전에 요양원에서 실습을 했거든요. 이런 분들에겐 치매에 대한 질병 관리는 물론 간호, 간병, 정서 관리까지 체계적으로 해 주는 전문 요양시설이 필요해요. 
저희 노블카운티 내에서도 170명의 만성질환 어르신들이 생활하고 계신데 그중 치매질환을 갖고 계신 분의 비율이 80%를 상회해요. 
실제로 입주민들 가족 중에서는 좋은 요양시설에 모셔서 부모님도 안정적으로 생활하시고, 가족 구성원들과의 갈등도 해소돼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는 분들도 있어요.”

실제로 일부 외국의 경우, 치매 커뮤니티는 물론이고 다양한 노인 공동주거 문화가 자리 잡았다고 들었습니다. 반면교사 삼을 다른 국가들의 사례도 궁금합니다.
“최근 선진국의 노인 복지정책의 변화는 탈시설화와 커뮤니티 케어 활성화죠. 시설에 격리되지 않고, 살아왔던 집이나 지역사회에서 여생을 보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노년기 건강 변화에 따라 필요한 서비스를 주변의 인프라를 통해 제공받는 셈이죠.

일본은 2005년 지역포괄케어센터 설립을 시작으로 지역 포괄 시스템 구축에 역량을 집중했어요. 지역 포괄 시스템은 고령화로 인해 늘어나는 의료·개인보험료의 부담을 줄이고, 
동시에 돌봄을 비롯한 복합적 욕구를 지닌 노인들이 거주지가 속한 지역사회에서 존엄한 생활을 보낼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하자는 인식에서 출발했어요.

또한 일본은 지난 2012년부터 ‘오렌지 플랜’이라는 치매 종합 대책을 마련해 치매 친화적 환경을 형성하기 위해 ‘치매카페’를 조성했어요. 
현재 일본 내 치매카페는 5800여 개에 달해요. 치매카페는 치매환자와 보호자, 지역민 등이 모여 치매 관련 정보를 교환하고 사회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등 소통의 장 역할을 하죠.”

마지막으로 행복한 가족의 조건은 무엇일까요.
“결국 모든 게 가족이라고 생각해요. 저 역시 훗날 도심이 아니라도 2층집을 짓고 온 가족이 함께 사는 걸 꿈꾸죠. 그런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잖아요. 
이미 공동체로서 가족의 의미는 우리 사회에서 퇴화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전 그보다 가족 구성원 각자의 생활이 보장되는 관계가 형성돼야 한다고 봐요. 
흩어져 있지만, 자주 교류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지 않을까요. 그러기 위해서 우리 사회 내 포괄적인 노인 커뮤니티 케어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1호(2020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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